2019/05/23 13:22

황홀한 글감옥을 읽고 2019

조정래 선생의 자전적인 내용을 인터뷰 형식으로 쓴 것이다. 시사인에 입사하려는 대학생들에게 조정래 선생에게 관련된 질문을 던지고, 같은 내용은 추려서 100개가 조금 넘게 질문지를 만들고, 그 질문지에 대한 답을 하는 형식으로 글을 썼다.

먼저 유년기와 가정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아버지가 스님이었다.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집이 가난하여 학교를 가지 못하게 되자 스님이 되었다고 한다. 스님이 되면 최신 공부를 시켜준다는 얘기를 들어서다. 그런데 공부는 안시켜주고 잡일만 시켜서 행자생활 그만 두고 집에 오니 절에서 스님이 다시 데려와 불법 공부를 시켰는데 머리가 좋아 젊은 나이에 법사스님이 되었단다. 그런데 일제가 스님을 일본처럼 결혼을 시키는 대처승을 만들려고 하자 그 대상에 아버지가 들어가게 되어 결국 결혼을 하고 조정래씨를 낳았다고 한다.

어려서 부터 글쓰기에 재주가 많았나 보다. 일기를 써도 2장은 뚝딱 써내고, 학교 게시판에 대상리본이 붙어 있는 글을 보고 부러워 질투를 많이 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어려서 가난했고, 전쟁을 겪었으며, 해방 후의 여러가지 사건사고가 많아 감수성 많은 조정래는 밤에 쉬를 많이 쌌다고 한다. 꿈속에서 사람들이 죽고, 비행기에서 폭탄이 떨어지고, 탱크가 폭탄을 쏘는 꿈을 꿔서 쉬를 싼 것이다. 한번은 산쪽에서 비행기들이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는데 다른 형제들은 그 모습을 못보았다고 했다. 환영이 보인 것이다. 어린 시절 신경쇠약에 걸렸던 모양이다.

여하튼 대학에 들어가서 자기는 우리나라의 역사의식을 가진 소설가가 되겠다고 했다. 대학에서 배운 것은 대학은 학생들에게 글을 쓰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다. 그것은 스스로 깨쳐야 한다는 사실 한가지였단다. 그때부터 태백산맥이며, 아리랑, 한강에 대한 구상을 했었다.

아내 김초혜 시인과 결혼한 이야기도 나온다. 김초혜시인이 너무 예뻐 인기가 많았는데 자기는 집도 가난하고, 얼굴도 그래서 다른 사람과 도저히 경쟁이 되지 않아서 자기가 좋아하는 링컨을 방학 내내 펜으로 정성들여 그림을 그려서 주었다고 한다. 한달 반정도 걸렸다고 하는데 얼마나 꼼꼼하고 정성이 들어간 그림이겠는가! 그 그림 때문에 김초혜시인과 결혼했다는 것이다. 조정래 문학관을 세웠을 당시 김초혜 시인은 그동안 간직했던 링컨그림을 그 박물관에 내 놓았다고 한다.

태백산맥을 쓰먼서 보수 단체에서 국보법으로 고소를 하는 바람에 11년동안 고생한 이야기도 나온다. 새벽에 전화가 와서 당장 글 멈추지 않으면 죽이겠다는 협박전화가 계속 걸려왔다는 얘기며, 법원에서 오라가라 해서 집중해서 글을 쓰지 못해 괴로웠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렇게 힘든 일도 있었지만 초판이 완판되고 재판, 3판 등을 찍어내면서 자신이 50만부만 팔려도 만족했는데 몇백만부가 팔려나가는 기현상이 발생해 작가로서 행복했다고 했다. 자신이 받았던 영광도, 자신이 겪었던 고초도 모두 조정래 혼자서 지고 갈 소설가의 숙명이라고 했다.

아리랑과 한강을 쓰면서 제일 힘들었던 것은 보수단체의 협박도 아니고, 다시 글감옥에 갇혀 글을 써야하는 것도 아니고, 태백산맥보다 질이 떨어지는 작품이 나와 대중으로부터 외면을 받는 것이었다고 한다. 원래 히트작 다음이 어려운 법인가 보다.

아침 6시에 일어나서 마음을 정리하고 8시부터 정신을 집중해서 12시 정도까지 글을 쓰고 곧 낮잠을 잔다. 한시간 정도 자고 일어나서 다시 글을 쓴다. 저녁을 먹고 새벽까지 본격적으로 글을 쓴다. 아침이나 점심은 몇장 못쓴다고 한다. 구상을 해야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글쓰기는 밤에 이루어진다. 그래서 새벽 늦게까지 글을 쓸 때가 많았다고 한다. 그래도 어김없이 새벽 6시에 일어나서 글을 쓰는 작업이 40년. 대단하다.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승리한 자이다.

몸도 위궤양과 계속 앉아 있다보니 다리에 힘이 풀리고 등과 허리가 글 쓸때는 모르는데 쓰고 난 후에 너무 아파서 고생했고, 오른쪽 팔로만 글을 쓰니 팔이 통나무처럼 마비가 와서 고생을 하고, 엉덩이 부분에 종기가 나서 고생했다. 그래서 국민체조와 산책을 열심히 해서 몸이 많이 나아졌는데 그래도 힘들 때가 많았나 보다.

글에 몰입해서 쓰다가 전화를 받았더니 스파크가 일면서 전화가 고장났다는 얘기, 이야기에 몰입하면 어디가 현실이고, 어디가 이야기속인지 헷갈리더란 얘기, 무당이 작두타는 것처럼 신기가 들려서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신기했다.

이밖에도 우리 민족의 역사의식과 참 지식인의 태도에 관한 자기 생각을 많이 적어 두었다. 작가가 되려는 사람은 한번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 책을 읽고나서 '저 정도는 나도 할 수 있겠다'란 생각이 들어야한다는 것이다. 유명한 작품을 읽고나서 작가에게 압도되어 자신의 능력이 초라해지는 경우가 생기면 작가로서 끝이라는 것이다. 자신을 믿고 뚜벅뚜벅 가다보면 언젠가 자신을 알아주는 날이 오고, 설령 그런 날이 오지 않는다 해도 내가 선택한 길이기에 후회가 없다는 얘기였다.

좋은 글이다.

2019/05/20 15:21

하버드 글쓰기 강의 2019

글쓰기가 어려워하는 사람들에게 대학에서 글쓰기 강의를 한 저자가 그 방법론에 관해 쓴 글이다. 재미있는 책이다.

내가 소설이든, 논픽션이든 글을 쓰고자한다면 작가가 한 이야기를 살펴보면
먼저 주제를 정해야 한다. 주제는 브레인스토밍 기법으로 생각나는 것을 적는다. 적어서 나온 주제 중에서 몇개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한다.  선택한 주제에 대해서 숙고의 시간을 보낸다. 숙고 한 후에 최종적으로 한개의 주제를 정한다.
두번째로 주제를 정하면 재료를 모아야 한다.  재료는 내부모으기와 외부모으기가 있다. 내부모으기는 내 무의식, 꿈, 경험, 기억 등등을 최대한 모으는 것이다. 외부모으기는 기사, 영상, 도서, 그림 등등을 모으는 것이다.

세번째로 재료를 모으면 모은 재료 중에서 글쓰기에 사용할 것을 선택하고, 글쓰기 구성에 들어간다. 여기에서 글을 쓰기 위한 무기가 있는데 그것은 관찰력, 상상력, 창조력, 전문지식, 호기심 등등이 있다. 작가는 평소에 한 장소에서 오랫동안 사물이나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정보를 모아 수첩에 적어두어야 한다. 그런 재료들을 많이 모으면 글쓰기가 편해진다.

네번째로 모아진 재료를 구성하고 상상력, 창조력 등을 발휘하여 글을 쓰는 것이다. 글을 쓴 다음에는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이 쓴 글을 읽어보도록 하는게 좋다. 자신은 그 뜻을 다 알고 글을 썼지만 상대방은 내가 아니기 때문에 글에서 이해가 안되는 부분이나, 의문이 드는 부분이 생기게 마련이다.

다섯번째로 이렇게 쓰여진 글을 개인이 보관할 것인지 아니면 출판을 할 것인지 살펴야 한다. 개인이 보관하는 글은 사적인 글쓰기이기 때문에 부담이 적고, 출판을 한다고 하면 그 책에서는 공공성이 있어야 한다. 공공성이란 개인적인 사적인 글이 아니라 여러사람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내용이 담겨 있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출판을 하고 싶은데 거절당하는 것을 힘겨워하지 말고, 자신을 믿고 근육을 단련하듯 글쓰기 훈련을 단련하면 어느새 자기도 글을 잘 쓰는 작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천재는 1%의 영감과 99%의 노력이라 했는데 글쓰기야 말로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다.

뮤즈의 신이 있어 자신이 글을 쓰는데 노트북을 열고 자판을 칠때마다 글이 번득번득 떠오르면 좋지만 그런 영감은 소설가라 하더라도 전 생애에 한두편에 지나지 않는다. 나머지 책들은 자신이 고민을 해서 주제를 선정하고, 관찰력, 상상력, 창조력 등등을 동원한 재료를 모으고, 모은 재료의 순서를 정하고, 숙고의 과정을 거쳐서 하나의 작품이 나오는 것이다.

이런 작품을 쓰기 위해서는 많은 훈련이 되어야 한다고 했다. 브레인라이팅 기법으로 자신이 생각나는 문장들을 쭉쭉 써내려가다보면 어느새 자신의 글쓰기 실력도 늘게 된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글쓰기를 어려워하는 이유는 학교에서 선생님들께 글쓰기 훈련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어릴 때 글쓰기에 관한 지식이 없이 쓴 글은 미흡하기 마련인데 그런 글을 선생님께 보여주면 받는 피드백이 부정적인 것이 많아진다. 내가 쓴 글에 대한 부정적인 피드백 경험 때문에 글쓰기가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내가 글을 쓴다고 했을 때 그런 부정적인 피드백을 할 사람이 사회에선 없다. 만약에 있다고 하면 그와 만나지 않으면 된다. 그런 모임에 가입했다면 탈퇴하면 끝이다.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모임을 만들고 자신이 학교에서 받았던 부정적인 피드백을 떨쳐내면 글쓰기에 많은 자신감이 올라올 것이라 했다.

글쓰기 훈련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이 잘 나와 있으니 관심있는 사람들은 한번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가 되고 스티븐 킹의 유혹하는 글쓰기 처럼 유명한 책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딱딱하지 않고 고답적인 내용이 없이 실무적 감각에서 글쓰기 훈련법이 적혀 있어 좋았다.


2019/05/20 14:11

스님의 주례사를 읽고 2019

법륜스님이 신도들을 대상으로 즉문즉설을 하신 내용 중에서 가정과 관련된 이야기를 추려 책으로 낸 것이다. 유튜브에 동영상이 많이 올라와 있어 잠이 안 올때 틀어놓고 자면 잠이 잘 와서 가끔씩 하다가 어느날 내용 하나가 좋아서 계속 듣게 되었다.

이 책 내용은 내가 들었던 즉문즉설의 내용과 거의 유사하다. 그래서 거의 다 알고 있었던 내용인데 이것이 활자화 되어 책으로 보니 그 느낌이 또 새로웠다.

내용은 사랑하는 연인과의 관계, 부모와 자식과의 관계, 부부간의 관계, 개인적인 문제 등등을 다뤘다.

연인과의 관계에서는 상대방에게 의지하지 말고 자신이 홀로 설 수 있을 때 결혼을 해야 결혼생활이 원만하다는 얘기, 20살 이전까지는 엄마가 아이를 책임지고 길러야 하고, 그 이후에는 아이가 자립해야한다는 얘기, 부모에게 효도하는 것은 선택이지만 자식을 기르는 것은 의무라는 얘기, 남자가 여자를 사귈 때는 헌팅이나 고백할 것이 아니라 먼저 친분을 쌓고 다가가야 헤어질 확률이 적을 것이란 얘기 등등이다.

행복이 무엇이냐? 기쁜 것이 행복이 아니라 걱정이 없는 것이 행복이라 했다. 마음이 기쁘면 언젠가는 슬플 때가 올 것이니 이것은 행복이 아니란다. 세상 모든 것은 이치가 있어 그것은 원인과 결과로 이루어져 있다. 자신이 잘못한 원인을 제공하면 그에 해당하는 업보(결과)를 받아야 하는데 사람들은 잘못은 해놓고, 그에 대한 업보를 받지 않으려고 하니 마음이 괴롭다고 했다.

무엇보다 욕심을 부리지 않는 것이 걱정이 없어지는 것이라 했다. 욕심을 부리지 않고 마음에 걱정이 없으면 이를 해탈이라고 했다. 좋은 얘기지만 이렇게 하려면 세상의 발전은 없을 것이다. 성공하려는 욕심도 없다면 세상이 발전할 수 있을까?

전교 1,2등을 다투는 아이의 부모는 성적이 떨어질까 아이를 닥달하고, 반에서 5등하는 아이는 1,2등을 못해 닥달하고, 중위권 아이는 상위권에 진입을 못해 닥달하고, 하위권 아이는 공부를 못해 닥달하고, 학교를 안오고 결석이 많은 아이는 학교 좀 가라고 닥달하고, 사고 치고 감옥 간 아이는 너 때문에 못살겠다고 닥달하고, 자살한 아이는 눈물만 흘린다. 거꾸로 생각하면 된다. 하위권 하는 아이는 그래도 우리아이는 학교를 잘 다닌다고 얘기하고, 중위권 아이는 하위권은 아니라고 얘기하고, 상위권 아이는 공부를 잘한다고 얘기하면 되는 것이다. 욕심이 아이를 망친다는 얘기다. 맞는 얘기다. 공부를 못해도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입히거나 자살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진리를 모른다는 것이다.

이렇게 읽다보면 저절로 고개를 숙여지는 얘기가 많다. 그리고 현재의 결혼은 욕망의 덩어리가 똘똘 뭉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것도 재밌다. 서로 사랑해서 결혼하기보다는 나보다 나은 사람을 찾으려는 욕망이 강해서 결혼 후에 불행하다는 것이다. 나보다 못한 사람과 결혼해야 내가 당당해진다는 얘기. 현대에 아무 조건 안보고 정말 사랑해서 결혼하는 커플이 있을까?

좋은 책이다.

2019/05/20 11:50

연필로 쓰기를 읽고 2019

김훈의 새로운 산문집 연필로 쓰기가 나와서 읽어보았다. 김훈은 요즘같은 시대에 노트북을 사용하지 않고 연필로 원고지에 꾹꾹 눌러쓰는 작가로 유명하다. 자동차 면허도 없어 자전거만 타기도 한다는 괴짜다. 다른 얘기론 김훈이 사용하는 연필이 독일제 연필이고 사용하는 자전거는 소형자동차 한대값을 넘는 고가라는 사실도 있다. 뭐, 좋은 연필을 사용해야 글쓰기에 집중할 수 있기 때문에 타박할 생각이 없고, 자전거 역시 사람의 안전과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좋은 자전거를 타는데 문제가 없다.

김훈이 쓴 칼의 노래와 흑산이란 소설을 읽어보았다. 칼의 노래는 이순신의 이야기를 소설화 한 것이고, 흑산은 정약용과 그 형 정약전, 그리고 천주교에 얽힌 정조 사후의 이야기를 소설화 한 것이다. 메마른 건조체의 김훈 특유의 문체가 빼어난 소설이고, 칼의 노래보다는 흑산을 읽으면서 그당시 천주교의 교리를 바라보는 사회 주류의 시각을 옅볼 수 있었다. 그 당시 평범한 사람들이 꿈꾸던 하늘아래 모든 사람이 평등하다는 대동사회를 꿈꾸고 노력했던 사람들과 그러다 스러져간 안타까운 사연들이 잘 드러난 소설이었다.

연필로 쓰기에서도 이순신 이야기가 나온다. 김훈은 이순신을 아주 좋아하나 보다. 성격도 이순신과 닮았을거란 생각이 든다. 겉으로 내색하지 않지만 내면에 불을 담고 있는 이순신과 그런 생각들을 글로 풀어내는 김훈은 어딘가 닮아있는 면도 있다.

자신이 살고 있는 일산의 소일들을 두루두루 적은 글과 분단된 사회에서 겪었던 전쟁과 관련된 이야기들도 있고, 정치와 관련된 생각, 세월호에 관한 얘기들도 두루두루 닮고 있다.

내용이 건조하다. 산문이 그렇지만 작가는 자신의 생각을 쉽게 전달하면 좋은데 너무 고답적으로 쓴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기억에 남는 얘기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할매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그 시절 가족을 위해 학교도 못가고 평생 일만 한 할머니들이 늦은 나이에 한글 공부를 한다. 그렇게 해서 자신들이 글을 익히자 시를 쓰는데 그 시가 참 뭉클하다. 가수가 되고 싶었는데 서울에 갈 돈이 없는 것이 아니라 신발이 없어 가지 못했다는 할머니의 시도 그렇고, 피난가서 집에 돌아오니 모든 가구가 부숴지고 시체만 늘비했단 얘기도 답답하고, 시어머니 눈치에 눈도 살금살금 내렸다는 시도 그당시 사정을 잘 알려 주었다. 결혼 해서 자식을 낳았는데 시어머니도 며느리와 같은 달에 자식을 낳아서 시누이와 자기 자식을 키워야 했는데 갑자기 시아버지가 밖에서 아이를 낳아서 시누이, 시동생, 자기 애기 셋을 동시에 키워야 했다는 콩가루 집안 얘기도 황당하다. 

여러 장의 사진도 담겨 있는데 박경만 사진작가의 키스라는 사진도 좋다. 프라하의 저녁에 어느 강가에서 두 연인이 키스를 나누는 장면인데 두 연인의 서로 사랑하는 마음이 사진 속에 잘 담겨져 있었다. 육욕적이지 않고 담백하면서 감수성 있게 잘 나온 사진 같다. 사랑은 터치다. 맞는 말 같다. 나이 들어도 서로의 터치가 좋다면 그 부부는 서로 사랑하고 있는 것이다.

이밖에도 여럿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일일이 쓰기는 어렵고, 한번 시간 내서 읽어보면 예능프로에 시간 뺏기는 것 보다는 좋을 것 같다.

2019/05/08 20:33

설국을 읽고 2019

"국경의 긴 터널을 빠져나오자, 눈의 고장이었다. 밤의 밑바닥이 하얘졌다. 신호소에 기차가 멈춰 섰다."

설국에서 처음 시작하는 문장이다. 명문장이라고 소문나 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비슷하고, 불행한 가정은 그 이유가 서로 다르다란 안나 까레니나의 첫문장이 명문장인 것처럼 이 문장 역시 명문장에 속한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긴 터널은 현재에서 설국으로 가는 통로라고 말한 것이 생각난다. 그 긴 터널을 지나면 눈의 고장이 있다. 그곳에 고마코가 있다. 여주인공이다. 현실과 꿈이 터널을 지나면 새로 시작된다는 의미가 담겨있는 문장같다.

소설은 주인공 시마무라가 고마코를 만나서 둘의 대화가 이루어지는 부분과 주변 풍경에 대한 아름다운 묘사부분으로 나누어졌다. 묘사는 아름다우나 정서적으로 쉽게 다가가진 못한다. 문화적 이질감이 있다. 일본사람들은 쉽게 그 정서를 느낄 수 있을지 모르나 난 일본인이 아니다.

내용은 시마무라가 부모님의 재산을 받아 서양의 그림에 대한 소개를 하는 글을 쓰면서 살아가는 룸펜 생활을 하다가 고마코를 만나고, 그녀에게 게이샤를 부탁하면서 서로 툭탁거리다가 고마코가 시마무라를 좋아하게 된다. 1년에 한번씩 고마코를 만나러 오는 시마무라. 그러다가 이야기의 첫대목에서 기차안에서 유코를 만나고, 그녀가 정성껏 돌보는 환자를 보는데 알고봤더니 그 둘은 고마코가 묶고 있던 여관의 주인집 아들이었다.

고마코에게 아들과 결혼할 것을 부탁하는 여관 주인과 그것을 마다한 고마코. 그러나 그녀는 스스로 게이샤가 되어 남자를 간호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을 댄다. 그러나 고마코는 시마무라를 좋아한다. 그리고 대화는 계속 고마코와 시마무라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

설국(?)에서의 한 계절을 잘 묘사했다. 한 계절을 거기서 보내면서 느끼는 시마무라의 자연에 대한 느낌을 글로 잘 표현했다. 그리고 마지막 고치농장에 불이 나고 거기서 떨어진 유코를 발견하면서 이야기는 끝난다.

왜 유코가 거기서 떨어졌는지, 그녀가 거기서 떨어진 것이 뜬금없고, 황당하게 마무리되지만 독자를 위한 자세한 설명은 없다. 그러나 충격은 확실히 받았다. 유코에 대한 묘사는 순수한 마음인데 그런 그녀가 한순간에 죽음으로 끝나는 마지막 장면은 갑자기 훅 들어온 주먹에 맞은 것처럼 황당하면서 충격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중편소설이다. 그렇게 길지는 않다. 그러나 만만하지는 않다. 읽다보면 분명 글을 읽고 있는데 내용은 전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는 경험을 몇번 했다. 집중을 하고, 글에서 묘사된 장면을 머릿속으로 상상하면서 봐야 이야기의 맥을 놓치지 않는다. 그냥 글만 읽어내려가선 도중에 책장을 덮기에 딱이다.

유명하다고 해서 읽어봤는데 문장은 멋있고, 밑줄 그을 문장도 많았지만 내 문학적 소양의 부족 때문인지 책의 풍부한 정서를 놓친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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