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1/21 18:18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2018

알랭 드 보통이 쓴 연애소설이다.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박웅현이 쓴 책은 도끼다란 책에서 이 책에 대한 예찬을 많이 했기 때문이다. 연애소설이지만 아주 드라이한 내용에 철학적인 문장까지, 감성적인 연애소설은 아니지만 연애의 본질을 제대로 파헤쳤다고 써놨다. 

연애의 본질이 뭔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이다. 그런데 누군가를 좋아하면 언제나 약자가 된다. 기다리는 사람이 약자다. 무심한 사람이 강자다. 최소한 연애에서는... 이유야 연애를 해본 사람은 알 것이다. 더 많이 좋아하면 더 많이 양보하게 되어있고, 더 많이 가슴 아프다. 

그런데 왜 사랑에 빠지는가? 그와 내가 다르기 때문이다. 나와 다른 매력을 발견했기 때문에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매력을 발견하려면 그 사람이 무심해야 한다. 만약에 무심했던 그가 나를 좋아하는 순간, 그는 덜덜거리며 제대로 된 말도 못하고, 얼굴도 빨개지고, 행동에 실수가 많아질테니 나는 그에게 흥미를 잃는다. 고로 그는 나를 좋아하지 않아야만 사랑에 빠지는 아이러니가 생긴다. 

주인공인 나는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가는 비행기를 타는데 마침 옆에 앉게 된 클로이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이야기가 잘 통했고, 자신이 가지지 못한 면들을 발견한 나는 곧 그녀와 수하물 받는 곳에서 만나기로 하고, 다음에 또 연락을 하기로 하고, 초조함과 기다림에 연락을 기다리고, 그러다가 짧은 만남에 난 안타까워하는데 상대방은 무심해 속상하고... 그러다가 어느 순간 그녀도 나에게 빠져버렸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 둘은 사랑을 하게 된다.

나는 그녀와의 첫 만남에 큰 의미를 둔다. 그녀는 원래 내가 탈 비행기가 아닌 다른 비행기를 탔어야 했는데 집에서 늦게 출발하여 비행기를 놓쳤고, 그래서 기다린 몇편의 비행기 중에서 내가 타고갈 비행기를 선택했고, 그 비행기 안의 수백개의 좌석 중에서 바로 내 옆의 자리를 선택한 것이다. 이렇게 선택될 확률은 989.727분의 1이다. 이것은 나와 클로이가 사귀면서 하나의 전설로 만들어버린, 그리하여 우리의 만남은 매우 특별한 것이 된다.

왜 나를 사랑할까? 나는 그녀에 비해 한없이 초라하다. 만약에 나를 그녀가 받아들인다면 그녀의 안목은 형편없는 것이 되고, 그런 안목을 지닌 그녀를 난 사랑할 수 없다. 미국의 희극인 마르크스(우리가 아는 마르크스가 아닌)는 자신과 같은 사람을 회원으로 받아줄 클럽에는 가입하지 않겠다고 농담을 했단다. 그런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연애시장에는 풍성하다. 나보다 잘났고, 나보다 매력적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녀가 나를 선택해주면... 그때부터 그녀의 가치가 푹 떨어지게 되는 것이다. 나도 그렇다. 그리하여 그녀와 첫날 밤을 보낸 다음날, 나는 그녀를 울리고 말았다.

그러나 나도 결국 그녀와 사랑에 빠지고 만다. 클로이의 집에 가서 부모님과 인사도 한다. 클로이는 자기 부정이 심하고, 그녀의 부모님도 자기 딸과 사귀는 남자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는 그녀가 누구보다 예쁘다. 이유는 다른 사람들이 발견하지 못한 아름다움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패션잡지에 나오는 수학적으로 완벽한 비율을 갖춘 몸매와 얼굴을 소유한 미인들과 다르게 클로이는 약간 삐딱한 자세에 소심하고, 가냘프지만 나는 그녀에게서 체화된 그녀의 느낌을 좋아한다. 

내가 클로이에게 소개해줬던 친구 윌이 그녀와 잠자리를 했다는 사실을 그녀와 여행길에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듣는다. 그리고 그녀는 더는 너를 사랑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리고 펑펑 운다. 그러나 그녀는 비행기에서 내려 곧 윌에게 가고 둘은 또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난 비행기에서 내려 집으로 돌아와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직장도 못나가고 웅크려 있다. 머릿속으로 갖은 상상을 다 한다. 나락으로 떨어진 것 같다. 

그래, 죽자. 죽어서 나와 헤어진 클로이에게 복수를 하자. 그녀는 자신 때문에 죽은 나를 보면서 엄청난 양심의 가책을 느끼겠지. 그러나 문제가 있었다. 난 그녀가 양심의 가책을 받는 모습을 보고 싶은데 죽으면 그 모습을 볼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내가 사라져야만 그녀가 고통스럽고, 그 고통스러운 모습을 봐야하는데 그렇다면 난 죽을 수가 없는 아이러니가 또다시 생긴다.

결국 그는 죽지 않고 견딘다. 견디다가 어느날 그녀 집 근처에 가는데 그녀가 생각나는 것이 아니라 여기 찾아온 용건을 빨리 해결하려는 의지가 앞섬을 깨닫고 놀란다. 그러다 어느 파티에서 새로운 여인을 만난 나는 또다른 사랑에 빠진다.

알랭드보통은 철학을 가르치는 사람이라 말을 어렵게 해놓는다. 옛 고전을 읽어보면 단락 앞에 숫자가 쓰여 있는데 이 소설도 문단 앞에 숫자가 쓰여있다. 성서나 니코마코스 윤리학이나 장자의 한 대목을 읽는 것처럼 부담스럽다. 책의 내용도 건조하다. 감성적인 소설이 아니다. 그러나 사실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써낸 날것 같은 기분이 드는 소설이다. 연애소설의 날것을 그대로 썼다고나 할까. 이 소설이 나올 때 그의 나이 한창인 20대였는데 사랑의 본질을 그 젊은 나이에 썼다니 대단하다. 

우리는 사랑일까란 소설도 있다. 그가 여자의 시점에서 쓴 연애소설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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