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6/03 11:48

하멜표류기를 읽고 2019

1653년 8월 1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떠나 일본으로 가려던 동인도회사 소속 네덜란드 상인들은 풍랑을 만나 표류하다가 제주도에 도착하게 된다. 조선은 당시 효종이 국왕이었는데 주변 정세는 병자호란이 끝나고 청나라에 볼모로 끌려갔던 효종이 인조 다음에 왕이 되어 청나라를 무찌르기 위한 북벌계획을 한창 진행중에 있었다.

그리하여 하멜을 비롯한 30명이 넘는 승무원들은 일본에 보내달라고 하자 효종은 조선의 정보가 외국에 누설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한다. 그리고 그들의 난파된 배에서 수거된 물품들을 정리하여 서울로 보내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옷가지와 잠자리 등을 제공하게 된다.

하멜 일행은 처음에 말도 통하지 않고, 옷이며, 음식이며 도무지 맞는 것이 없는 조선의 생활이 어려웠다. 그러나 제주목사가 인자한 사람이라 그들에게 광해군이 제주도에 유배되었을 때 묵었던 숙소를 제공해주었고, 그들은 한두해 편하게 지낸다. 그리고 먼저 조선에 와 있었던 벨테브레가 제주도에 파견되어 그들과 의사소통을 도와주게 된다.

벨테브레는 서양의 화약 기술을 조선에 전해주었고, 30년 넘게 살면서 박연이란 이름으로 완전히 귀화하였기 때문에 처음에 만났을 때는 의사소통조차 어려웠다고 한다. 네덜란드 언어를 거의 다 잊어버린 것이다. 한달 정도 지나니까 의사소통이 자연스러워졌다.

제주목사가 새로 부임하고 이번엔 못된 목사가 부임하여 괴롭혔다. 그러자 그들이 탈출을 계획하는데 배를 잘못구해서 실패한다. 그러다가 그들은 서울로 입성하게 된다.

왕의 경호대를 맡았다고 하고, 사람들이 집으로 찾아와 구경하는 바람에 사생활이 거의 없어 힘들었다고 한다. 그러다가 청나라 사신이 서울에 오니까 하멜 일행을 남한산성에 보내는데 그 이유는 청나라에 보고도 안하고 외국 일행을 보호했다는 것이 청나라 사신에게 알려지면 외교적으로 힘들 것 같아서였다. 그러나 하멜 일행 중 몇명이 청나라 사신을 만나 일본으로 보내달라고 요청을 하기 위해 계획하고 실행에 옮기는데 성공한다. 조선은 이를 무마하기 위해서 그 하멜 일행을 옥에 가두고, 청나라 사신에게 두둑한 뇌물을 주어 입막음을 했다.

다시 하멜 일행은 전라도로 유배되고 거기서 몇년을 살다가 다시 다른 곳으로 가라고 하니 아예 탈출을 모의하여 그동안 구걸과 음식을 팔아 모은 돈으로 배를 한척 구입하여 일본으로 밀항을 시도하고 그것이 성공한다.

일본에서 조선의 정보에 대해 충분히 파악하고 동인도회사에 넘겨졌다가 네덜란드로 오게 된다. 그리고 하멜은 자신이 틈틈히 썼던 항해일지를 가지고 하멜표류기를 썼고, 후에 조선왕국기란 글도 써서 당시 네덜란드 상인에게 조선이란 나라를 널리 알리게 되었다.

네덜란드 상인들은 조선이란 나라에 환상을 품고 무역을 하기 위해서 상선을 몰고 조선에 오려 했으나 조선이 반대하고, 일본도 그럼 일본과 무역을 끊으라 압박하고, 청나라도 싫어하고, 무엇보다 조선의 해안이 배를 정박하기에 어려워 결국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기록에 의하면 하멜은 제법 잘사는 집안에서 태어나 어려서부터 남부럽지 않은 교육을 받은 것 같다. 아버지는 건축설계사인데 하멜이 유아세례식 때 그 고장 시장이 방문했다는 기록이 남아있는 것으로 봐서 아버지의 위상이 제법 높았음을 짐작케 한다. 인텔리였던 그가 당시 세계 무역을 주름잡던 네덜란드의 위상에 맞게 동인도회사에 취직하여 일본과 교역을 하러 떠나던 중에 표류하여 조선을 세계에 알리게 되었던 것이다.

하멜표류기보다 조선왕국기가 더 재미있다. 조선과는 전혀 상관없는 이방인이 쓴 조선의 일상을 잘 묘사했기 때문이다. 읽으면서 신기했다. 예를 들자면 조선의 국민성은 사람들을 속이기 좋아하지만 사람을 쉽게 믿는다고 했다. 나약한 성품이 있어 왜란과 호란을 겪으면서 도망친 것이 부끄럽지 않았다고 적고 있다. 그밖에도 지리, 형세, 행정구역, 날씨, 정치, 문화, 경제 등등하여 자신이 13년동안 본 것들을 기록했는데 조금 더 자세히 기록하면 좋았는데 내용이 적어 조금 아쉬웠다.

그들이 일본으로 갔을 때 일본으로부터 심문을 받는데 심문하는 질문이 아주 날카롭다. 하멜일행과 조선의 정보, 그리고 일본에 왔을 때의 상황 등을 모두 실토하게 만드는 날카롭고 세세한 질문이었다. 그 정보를 바탕으로 해서 일본이 조선에 압력을 행사하여 개항을 조금 더 시키려고 하는데 조선이 슬기롭게 잘 대처한 것 같다.

그때 네덜란드의 무역선이 조선에 도착하고, 조선의 무역이 조금 더 활성화되었으면 일본의 메이지유신처럼 우리도 나라를 조금 더 쉽게 개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란 생각도 들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지 않고 세상을 보는 세계관도 변했을거란 생각에 아쉬웠다.

그러나 하멜이 있어 조선 중기의 모습을 객관적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자료라 재미있었다.

덧글

  • 解明 2019/06/04 00:07 # 답글

    옛날에 책을 샀음에도 읽어야지 해 놓고 차일피일 미뤘는데, 이 글을 보니까 올해가 가기 전에는 꼭 읽어야겠다는 마음이 생기네요.
  • 아이다호 2019/06/10 12:52 # 답글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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