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6 19:07

신경숙의 풍금이 있던 자리를 읽고 2019

이 책은 한국의 유명한 소설가의 작품을 한쪽은 한글, 한쪽은 영어로 번역해 놓은 책이다. 모처럼 필사라는 것을 하려고 이 책을 골라 한번 쭉 써봤다. 단편소설이라 내용도 길지 않고 서정적이라 쓰면서도 즐거운 노동이 되었다.

감정이 너무 과잉되게 표현되어 읽으면서 힘들 때도 있었다. 신경숙 작가의 초기작품일 거란 생각이 들었다. 이런 감정이 과잉된 표현들은 초기 작가들이 흔히 하는 실수일테니... 물론 감정 과잉을 의도한 부분도 있었을거란 생각이다. 소설이 이성보다는 감성에 타킷을 두었으니까...

주인공이 40대 유부남과 연애를 한다. 그는 가정을 버리고 그녀와 함께 외국으로 나가자고 한다. 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은 애인에게 부치지 못하는 편지를 쓴다. 그 내용이 이 글이다.

주인공이 어릴 적 아버지께서 바람을 피워 한 여인이 집으로 들어오고, 어머니는 집을 나가버렸다. 어릴 적 주인공은 농촌에서는 볼 수 없던 그녀의 뽀얀 피부와 향기로운 냄새에 취한다. 그리고 밥이며, 반찬이며 농촌에서 강팍하게 살던 그 시절엔 생각도 못할 다양한 음식들을 내보이는 그녀에게 서서히 동화된다. 어린 그녀가 새엄마를 좋아한 이유는 바로 자신의 존재를 인정해줬던 것도 있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 존재감이 없었던 그당시 소녀에게 자신을 위해 마음 써주던 새엄마에게 호감을 갖는다.

그러나 새엄마 때문에 진짜 엄마가 떠났다. 큰오빠는 새엄마가 들어온 날, 밥 먹기를 거부하고, 동생들에게도 단식을 종용한다. 새로 들어온 아줌마는 악마다. 그녀때문에 우리 엄마가 집을 나갔다. 엄마가 집에 돌아오기 위해서는 새엄마가 집을 나가야 한다. 그리고 동생들을 시켜서 새엄마 가슴을 무던히도 괴롭힌다.

새엄마가 들어온지 열흘만에 집을 나가는데 그 이유는 어머니께서 집으로 와서 갓 태어난 막내에게 젖을 먹이고, 단추를 잘못 잠근 자신의 옷을 바르게 입혀주고 다시 나가는 모습을 본 이후였다. 그 다음날 새엄마는 집을 나간다. 새엄마는 자주 칫솔질을 했는데 그녀가 칫솔질을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봤던 주인공은 그녀가 집을 나가면서 자신의 칫솔을 두고 떠난 것을 알고, 그것을 주기 위해서 쫓아간다. 그녀의 치맛단을 잡자 돌아서는 새엄마는 눈물로 화장이 다 뭉개지고 있었다. 칫솔을 주는 주인공에게 손을 꼭 잡으며 너는 나처럼 살지 마라.라는 말을 남기고 떠나간다.

마을의 점촌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 젊었을 적에 다가오는 자전거를 피하다가 굴러 떨어져 2년을 앓는 사이에 남편이 웬 여자를 데려왔다. 2년동안 누워있던 그녀는 한쪽 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하고 살이 쪄서 뚱뚱해지고 말았다. 집에서 나와 마을 끝에 집 하나를 마련하고 살았는데 어머니랑 같이 그 집에 갈 때마다 그녀는 성치않은 다리로 줄넘기를 하고 있었다. 살을 빼야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녀는 죽을 때까지 남편이 찾지 않았고, 인생은 추웠으나 따뜻한 날에 갔다고 넋두리하는 어머니의 얘길 듣는다. 어머니께선 왜 연배가 다른 점촌할머니와 친하게 지냈을까? 그녀의 마음을 누구보다 공감했기 때문일 것이다.

주인공의 애인이 고향에 찾아온다. 외국으로 가자고 한다. 갈 수 없다고 주인공은 말한다. 며칠까지 도시로 오라고 말하며 애인은 떠나고 그녀는 그날 도시로 가지 않는다. 그리고 한달이 지나 그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본다. 은선아, 아빠 전화왔다고 말씀드려라. 딸의 이름은 은선이였고, 그 가정은 평화로웠다. 그리고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고향에서 눈이 멀게 태어난 수송아지를 키우면서, 까치가 낳은 새끼들이 날개짓을 할 때쯤이면 은선이란 이름에 가슴이 무너지지 않을 희망을 품으며 글이 끝난다.

짧은 단편소설인데 줄거리를 쓰고 보니 길어졌다. 한창 감수성이 예민할 젊은 여성들이 읽으면 혹할 얘기였다. 마무리도 훈훈하다. 어짜피 다른 사람의 남자를 사랑하는 것은 옳지 못한 법이니까 가슴이 아파도 내려놓는 것이 좋은 것이다. 새엄마 이야기는 가슴이 아팠다. 그러나 주인공이 어머니를 유심히 관찰했다면 그녀 역시 새엄마 못지 않을 가슴앓이가 있을텐데 그런 점이 빠져서 새엄마의 감정에 쉽게 이입되었을 수도 있다.

젊었을 때 읽었던 소설이다. 그때 문지사에서 풍금이 있던 자리란 소설집으로 나왔었는데 그 책에 수록된 다른 작품들은 다 까먹고, 이 작품만 기억에 남았다. 남은 것도 줄거리가 기억나는 것이 아니라 그때의 서정적인 느낌만 남았었다. 필사를 해야하는데 너무 지루한 것은 싫어서 이 작품을 쓰면서 문학적 감수성을 좀 키우고 싶었는데 좋은 선택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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