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08/18 19:50

외딴 방을 읽고 2019

신경숙의 자전적 소설이다. 16세부터 19세까지 자신의 인생에서 힘들었던 시기를 사실과 허구를 섞어가면서 만든 작품이다. 읽으면서 인생을 참 치열하게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어려서 너무 가난하여 중학교를 졸업하고 고등학교에 입학하지 못했다. 부모님께서 자식을 공부시키고자 하는 욕구가 강했는데 오빠들이 많아서 그녀까지는 부담이 됐던 것이다. 그래서 중학교 졸업을 하고 집에서 놀고 있는데 서울에 있던 큰오빠가 그녀를 서울로 오라고 한다. 서울에서 낮에는 공장에서 일하고, 밤에는 공부하는 야학이 생긴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서울로 외사촌과 함께 상경한다.

처음 6개월간은 실습기간이었다. 납땜하는 것부터 해서 공장에서 해야 할 일들을 배웠다. 그리고 15명 모집하는 야학에 시험을 쳐서 그녀가 1등, 외사촌이 2등을 해서 학교에 들어가게 된다. 집은 방이 하나밖에 없는 외딴방이다. 거기서 첫째오빠와 그녀, 그리고 외사촌이 함께 기거한다. 우울한 환경이다. 아침에 출근하여 퇴근까지 일하고, 그 후에는 학교에 가서 공부하고, 집에 돌아와서 저녁상 차리고, 먹고, 자고, 다시 일어나서 아침상 차리는 생활을 3년간 한다. 32세의 신경숙이 16세의 신경숙에게 참 장하다고 말한다. 그 세월을 어떻게 견뎠는지 말이다.

그녀가 작가로 성공한 후에 하계숙이란 사람에게 전화가 온다. 자신을 그때 공부했던 친구라고 했다. 그리고 그녀의 성공을 진심으로 칭찬한다. 그런데 넌 우리 얘기는 소설로 쓰지 않더라. 내가 너의 책을 거의 다 읽어 봤는데 우리 얘기는 없더라구. 너도 혹시 우리가 생활했던 그 추억을 부끄러워하는 것은 아니니?라는 그녀의 얘기. 훅 들어오는 얘기다.

그녀는 학교를 다니다가 한 일주일동안 결석을 했다. 왜 다녀야하는지 모르겠다. 자신은 부기도 배우기 싫고, 주산도 싫다. 그냥 책이나 쭉 읽었으면 좋겠는데 그런건 가르쳐주지 않고 있다. 있어야 할 의미를 찾지 못한거다. 외사촌이 와서 선생님이 가정방문을 오신다고 알려준다. 오신 선생님은 학교에 오라 말한다. 그리고 반성문을 써오라 한다. 그녀는 수십장의 반성문을 써간다. 그건 반성문이 아니다. 자신이 왜 다니기 싫어하는지에 대한 투덜거림과 자신은 글을 쓰고 싶다는 소망과, 여기서 안되면 그냥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얘기를 쓴거다. 그 반성문을 읽던 최홍이 선생님은 말한다. "경숙이, 너 소설가가 되야겠구나." 그 말이 그녀에게 박힌다. 그래서 그녀는 대학을 가고 싶어한다. 문창과에 가서 공부를 하고 소설가가 되고 싶은 꿈이 생긴 것이다.

엄중한 시대였다. 약한 그녀들에게 너무 가혹한 시련들이 많았다.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 중에서 노조에 가입하면 학교에서 쫓아낸다는 것이다. 공부를 하려면 노조에 가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녀와 외사촌은 노조에서 탈퇴한다. 야간 작업 거부에 들어갔는데 그녀 둘은 거기에 참여하지 못하고 남아서 아무 할 일없이 컨베잉어에 서 있다. 다음날 출근한 다른 사람들의 눈치가 보인다. 자신에게 너무 잘 대해줬던 노조위원장을 배반한 것 같아 그가 나타나면 피하기 급급하다. 세상은 그녀에게 수치란 것을 가르쳐 주었다. 공부하고픈 마음을 이용한 수치. YH사태가 터지고, 노조위원들은 알몸으로 옥상에서 투쟁하다 진입한 경찰에게 그대로 끌려간다. 

그러다가 박정희가 죽고 교장은 조회시간에 펑펑 운다. 왜 우는지 모른다. 그러다가 서울의 봄이 지나가고 전두환이 장갑차를 밀고 서울로 진입한다. 그리고 공장은 또다시 엄혹한 시대가 된다. 노동력 착취는 심해지고, 그녀는 일년동안 그렇게 일해도 그 외딴방을 벗어날 돈을 벌지 못한다. 전두환은 거리에 문신을 했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연탄불을 피워서 파는 아저씨를 삼청교육대에 데리고 가 버렸다. 어린 소녀들이 몰라도 될 인생의 쓴 면이 너무 가혹하게 일상을 후벼판다.

그녀가 자신의 그 시절을 힘겹게 추억하는 이유는 희재란 자기보다 나이가 많은 친구 때문이다. 외딴방 건물에 같이 살아 친해졌는데 어느날 남자를 데려온다. 그리고 동거하는 그들. 그 모습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는 첫째오빠. 알콩달콩하던 희재네 커플은 깨지고 남자가 떠나간다. 그리고 배가 불러온다. 아이를 낳고 싶다는 그녀와 아이를 지우라는 그. 합의가 안되고 남자는 떠난다. 다시 희재네 놀라가다 어느날 희재가 열쇠를 맡기고 일하고 돌아오면 자기 집 좀 잠궈달라고 한다. 그리고 약속을 지키는 그녀. 집에 다녀오겠다는 희재는 오지를 않고 희재의 남자친구가 그녀 집에 왔다가 희재가 죽어있는 모습을 발견하고 16살의 그녀는 큰 충격을 받는다. 문을 잠그기 전에 한번 더 방 안을 살폈더라면 그녀를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란 마음과 희재의 죽음에 자신이 동참했다는 죄의식.

하계숙이 말했다. 왜 우리 얘기를 쓰지 않냐고. 너희들 때문이 아니다. 희재의 기억을 소환하기가 너무 어려웠던 것이다. 10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상처가 아물지 않았던 것이다. 그리고 작가는 다시 용기를 내서 소설로 옮긴다. 이 작업을 해야만 그녀는 쓰고 싶은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해냈다.

외딴방을 읽고 생각난 책은 '그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란 박원서의 자전적 소설이다. 그녀는 6.25가 남긴 상흔때문에 괴로워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닌 시대의 잘못으로 가족과 자신이 입은 피해 때문에 괴로운 것을 소설로 써서 치유받았다. 신경숙도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 시대가 무법하여 그 어리고 약한 소녀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았던 시대 때문에 괴로웠던 것을 소설로 써서 치유받고 있다. 그리고 전태일평전도 생각난다. 그도 그 무법한 세상을 바꾸고자 몸을 불살랐다. 마음이 여리고 가진 것 없는 소년 소녀들이 참 어렵게 살아간 시대였다. 검은색 고급 리무진을 끌고 와서 37가구의 외딴방 방세를 꼬박꼬박 받아가던 건물주. 그녀는 10원도 허투루 깎아주지 않았고, 20원이 없어 100원을 주면 거스름돈을 상대방이 요구하지 않으면 주지 않았다.

신경숙의 외딴방이 이런 내용인지는 몰랐다. 모르고 읽으니 내용이 확 들어온다. 재미있었다. 그리고 반성도 되었다. 나는 그렇게 삶을 치열하게 살고 있는가에 대한 반성. 큰오빠는 방위가 되어 돈을 벌지 못하자 가발을 쓰고 새벽반과 야간반 학원강사를 해서 돈을 보탠다. 대학에 다닐 때는 낮엔 동사무소에 다니고 밤엔 대학을 다니며 공부를 한다. 글을 쓰고 싶던 셋째오빠는 검사가 되겠다고 하더니 시대의 불화에 맞서 싸운다. 그리고 그녀는 서울예전 문창과에 들어간다. 그런 치열함이 나에겐 있었나? 보다 성실하게 하루를 살아가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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