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11/08 18:21

서머셋 몸의 '인간의 굴레에서'를 읽고 2019

인간의 굴레에서를 읽었다.읽는데 두주일 걸린 것 같다. 이야기가 재미없어서가 아니다. 마음이 바쁘니 책으로 손이 가지 않아서 그런거다. 한번 잡으면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고리타분한 사랑 놀음이나 장르 소설이 아니라 건전한 성장소설인데도 어느새 읽다보면 주인공을 응원하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다.

작가의 자전적 소설이기도 하다. 작가는 어려서 부모님을 잃고 사제로 있는 친척집에서 자랐으며, 말더듬이 심해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많은 놀림을 당했다고 한다. 여기의 주인공 필립은 다리를 저는 것으로 나온다. 그로 인해서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당하고 그게 성격에 큰 영향을 준 것으로 나온다. 거의 작가의 이야기이지만 다른 것이 있다면 그가 사랑했던 밀드레드와 샐리는 가공의 인물이란 것이다. 밀드레드와의 그 끔찍한 사랑은 소설이니까 가능하지 아무리 필립이 그녀를 사랑한다고 해도 저런 성격파탄자한테 계속 얽매이는 것은 소설에서나 가능할 이야기일 것이다.

줄거리는 https://100.daum.net/encyclopedia/view/51XXX9500068에 잘 나와 있다. 책을 읽는 기간이 두주일이었다 보니 가끔 앞부분이 까먹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마다 요 홈페이지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다.

느낀 점은 작가가 글을 참 잘 썼다는 것과 자유롭게 살아간다는 것이,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스스로 발견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지, 그러나 그것이 얼마나 가치있는 일인지 알게 해준다는 것이다. 집에서 사육된 강아지는 따뜻한 보금자리와 음식이 제공되지만 자유가 없고, 그 자유를 찾은 들개는 평생을 하루 먹을 것을 찾아야하고, 자신의 안전을 스스로 도모해야 한다. 자유엔 큰 댓가가 따른다.

이야기는 크게 두줄기인데 하나는 그가 자신이 진정 좋아할 수 있는 직업을 찾는 과정이고, 다른 하나는 그 과정에서 사랑을 하고, 배신을 당하며 느끼는 인생이 뭔가에 대한 스스로의 깨달음이라 하겠다. 우선 그는 사제가 되려했으나 그 형식적인 답답함에 질려 그만두었다. 그 후에 회계사가 되려고 했으나 역시 그의 천성에 맞지 않았다. 다시 빠리로 가서 화가가 되려했으나 자신의 그림 솜씨가 평범함을 깨닫고 포기한다. 빠리에서 만났던 다양한 군상들의 화가 지망생들은 자신의 능력이 부족할지 몰라 떨면서도 스스로 객관화시키지 못해 그곳에서 헤어나오지 못한 사람들도 많았다. 자신의 꿈이 화가였으나 능력이 안되는데 그걸 용납할 수 없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무시하고 자기의 고집으로 계속 화가 공부를 하다 결국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하고 자살로 생을 마감한 이도 있다. 꿈을 찾는다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자기 객관화 작업이 없으면 얼마나 무모한지 읽으면서 섬뜩했다.

그는 결국 아버지가 택했던 의사라는 직업을 찾는데 자신의 성격과 잘 맞아 어려움속에 공부를 마치고 의사가 된다. 의사 공부를 하는 과정에서도 주식투자에 자기가 상속받은 돈을 왕창 맡겼다가 쪽박을 차고, 결국 공부도 포기하고 노숙을 하면서 애설니네 가족에 빌붙어 살게 된다. 그러면서 자신의 숙부인 사제가 죽어 그의 재산이 자신에게 상속되길 바란다. 무섭다. 가족이 죽어야 내가 사니 빨리 죽기를 바라는 마음과 스스로 숙부를 죽이려는 마음까지 가졌으니 말이다. 돈이 문제다. 사람은 사랑때문에 자살하진 않지만 돈 때문에는 자살을 한다. 탁견이다. 그리고 그는 그 밑바닥까지 내려가 갖은 고생을 하다 숙부가 돌아가시고 유산을 상속받아 결국 의사 면허를 따고 정식으로 의사가 된다.

빠리에서 만난 크런쇼가 인생은 페르시아의 양탄자와 같다고 말한다. 그게 무슨 의미냐고 묻자, 그 답은 필립이 스스로 찾아보라고 한다. 그리고 그는 밀드레드와 같은 못된 여자에 빠져 허우적거리다가, 주식투자에 재산을 날려 풍찬 노숙을 하다가, 그러다가 의사 견습생이 되어 가난한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보면서 그 의미를 깨닫게 된다. 그는 책을 좋아해서 그렇게 많은 책을 읽었어도 그 답을 구할 수 없었는데 직접 갖은 고생을 겪으면서 인생의 의미를 찾게 된 것이다. 그가 찾은 답을 알고 싶으면 책을 읽어보면 된다.

마무리는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사랑하는 여인도 만나고, 의사로서 보람된 일을 할 수도 있고, 그를 지지해주는 경험많은 의사도 만나니 말이다. 비록 그가 인생 계획으로 세운 세계 여행은 떠나지 못하지만소박한 어촌에서, 그 주민들과 자신의 아이들과 사랑하는 아내와 알콩달콩 잘 살거란 생각이 든다. 그는 인생의 의미를 알고 있으니 무리하지 않을 것이고, 욕심내지 않을 것이기에...



덧글

댓글 입력 영역